- 이것은 “아비투스”의 개념을 완벽하게 구현한 교과서와도 같다. 누군가 아비투스에 관해 묻거든 눈을 들어 이 영화를 보게 하거라! 둘씩 짝지워진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트의 대립은 계급 전쟁의 프론트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그들의 습관, 말투 그리고 업을 대하는 태도 등에서 자연스레 배어난다. 아비투스란 주체의 신념이나 운동의 방향을 훌쩍 넘어선 저 어딘가에 공기처럼 존재하는 것이 아니던가. 영화는 공기같은 이 아비투스를 잘 잡아낸다. 치밀한 각본과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가 없었다만 불가능했을 것이다.
- 서사와 상징을 활용한 모든 구조가 호응하도록 정교한 장치를 촘촘하게 깔아둔 각본, 이를 한치의 오차 없이 축조해 낸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세심한 시선과 때로는 차가운 태도로 품은 이창동 감독, 이런 영화는 하늘이 도와야 나올 수 있지 않을까?
- 쌍용자동차 옥쇄 파업이라는 구체적인 역사와 현실을 다루고 있지만, 그 안에서 자본주의의 ‘은유들’이 마음껏 활보한다. 이것이 아마도 이창동 감독의 의도일 것이다. 스포일러가 되진 않을까 염려하지만 이건 적고 싶다. 미옥은 부르조아에게 ‘자유’를 그리고 프롤레타리아 부부의 아들 최철은 그들의 ‘추억’을 아주 잠깐 그리고 아주 조금 훔쳐냈다. 이것이 죄일까?
- 오늘날 자본주의에 대해서 노동이 존엄을 지키는 좁은 오솔길… 그런게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매우 좁아 보이는 그것이다.
- 배우들에 관해서 몇 마디 보태자.
- 전도연 배우의 연기는 역시 그리고 놀랍게도 굉장하다. 《밀양》 이상을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적어도 이와 맞짱을 뜰만 하다는 느낌이다. 안미옥 역을 맡은 전도연이라는 중심에 나머지 인물들이 잘 배치되었다.
- 설경구 배우가 맡은 해고 노동자 최호석 역은 그가 아닌 다른 배우가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그는 이창동의 페르소나다.
- 조여정 배우는 아마도 기생충을 보고 캐스팅하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이런 유형을 현실에서 많이 봐서 익숙한 느낌이더라.
- 그리고 부르주아 상우는 극에서 성이 나오지 않는다. 《버닝》의 벤과 같다. 《버닝》의 벤에 비해서는 훨씬 구체화되고 토착화된 느낌이 나는 좋더라. 물론 버닝의 벤 또한 익명화된 자본이라는 상징성에서는 매혹적인 인물이지만, 너무 흐릿한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