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배송비를 내야 한다면 조금 더 좋은 상품을 사는 편이 낫다고 느낄 때가 있다. 저렴한 와인 한 병을 주문하려다가 배송비를 보고 더 비싼 와인을 선택하는 경우다.
이 판단에는 경제학적 근거가 있다. 가격이 다른 두 상품에 동일한 금액의 비용이 추가되면, 비싼 상품의 상대가격이 낮아진다. 알치안–앨런 정리는 이 변화가 고급품의 상대적 소비를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명제다.
다만 상대가격 변화와 실제 소비 변화는 구분해야 한다. 상대가격의 하락은 산술적으로 확실하지만, 고급품 소비 비중의 상승에는 추가 조건이 필요하다.
좋은 사과는 왜 밖으로 나가는가?
사과 산지에서 같은 크기의 보통 사과 상자와 고급 사과 상자를 판매한다고 하자.
| 구분 | 보통 사과 | 고급 사과 |
|---|---|---|
| 산지 가격 | 10,000원 | 20,000원 |
| 상자당 배송비 | 10,000원 | 10,000원 |
| 배송 후 가격 | 20,000원 | 30,000원 |
산지에서 고급 사과 가격은 보통 사과의 두 배다. 하지만 배송 후에는 1.5배로 낮아진다.
고급 사과를 선택하는 데 필요한 추가 금액은 여전히 1만 원이다. 달라진 것은 그 금액의 상대적 크기다.
- 산지에서는 보통품보다 100%를 더 지불해야 한다.
- 배송 후에는 보통품보다 50%만 더 지불하면 된다.
소비자의 판단은 다음과 같을 수 있다.
배송비까지 내면 보통 사과도 2만 원이다. 그렇다면 1만 원을 더 내고 고급 사과를 사겠다.
이런 선택이 늘면 먼 지역으로 보내는 사과 중 고급품의 비중이 높아진다. 알치안–앨런 정리가 흔히 **‘좋은 사과는 밖으로 나간다’**는 표현으로 소개되는 이유다.
이는 먼 지역의 소비자가 더 부유하거나 품질을 더 중시한다고 가정하지 않고도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이다.
가격 차이가 아니라 가격 비율
고급품 가격을 , 보통품 가격을 , 단위당 공통 비용을 라고 하자. , 이면 다음 관계가 성립한다.
공통 비용이 늘어날 때 상대가격이 어떻게 변하는지 미분하면 더 분명해진다.
동일한 금액의 비용은 저가품 가격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공통 비용이 커질수록 고급품의 상대가격은 낮아진다.
여기서 고급품 자체가 싸지는 것은 아니다. 두 상품 모두 비싸지지만, 보통품이 비율상 더 크게 비싸진다.
또한 고급품의 소비량과 소비 비중도 구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보통품 구매량이 10개에서 5개로, 고급품 구매량이 5개에서 4개로 줄었다고 하자. 고급품 판매량은 감소했지만 고급품의 수량 비중은 약 33%에서 44%로 높아진다.
알치안–앨런 효과는 주로 이런 소비 구성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다.
가격 부과 방식에 따른 차이
이 정리에서 중요한 조건은 상품 한 단위마다 붙는 동일한 금액의 비용이다.
가격의 10%에 해당하는 비용이 붙는다면 결과가 다르다.
| 구분 | 보통 사과 | 고급 사과 | 고급품의 상대가격 |
|---|---|---|---|
| 비용 추가 전 | 10,000원 | 20,000원 | 2배 |
| 10% 비용 추가 후 | 11,000원 | 22,000원 | 2배 |
가격에 비례하는 비용은 상대가격을 바꾸지 않는다. 비용 비율을 라고 하면,
이다.
또한 상품마다 붙는 비용과 한 번만 내는 비용도 구분해야 한다. 병당 운송비는 와인을 한 병 더 구매할 때마다 추가된다. 반면 쇼핑몰 입장료나 여행비는 상품을 추가로 구매해도 그대로일 수 있다.
따라서 “멀리 여행했으니 비싼 음식을 먹는다”는 이야기를 이 정리로 설명하려면 별도의 조건이 필요하다.
소득효과에 따른 차이
공통 비용이 추가되면 두 가지 힘이 동시에 작용한다.
대체효과는 고급품을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만든다. 두 상품이 서로 잘 대체된다면, 실질 구매력을 보전한 상태에서 상대가격 하락은 고급품 쪽으로 선택을 이동시킨다.
소득효과는 구매력을 낮춘다. 두 상품 모두 비싸졌으므로 같은 예산으로 누릴 수 있는 만족이 줄어든다. 고급품 소비가 소득에 특히 민감하다면 고급품 구매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실제 결과는 두 효과의 크기에 달려 있다.
상대가격은 고급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하지만, 줄어든 구매력은 고급품을 포기하도록 만들 수 있다.
이를 숫자로 확인해 보자.
고급품 비중이 오히려 줄어드는 반례
소비자의 선호와 예산
보통품 소비량을 , 고급품 소비량을 라 하고, 다음 효용함수를 가정한다.
이 소비자는 보통품을 적게 소비할 때 큰 추가 만족을 얻지만, 소비량이 늘수록 추가 만족이 감소한다. 고급품은 한 단위마다 일정한 추가 만족을 준다.
여기서 보통품과 고급품은 설명을 위한 명칭이다. 이 효용함수는 두 상품의 객관적인 품질 차이를 직접 모형화하기보다, 서로 다른 소득 반응을 가진 두 상품의 선택을 보여준다.
예산은 , 가격은 다음과 같다.
소비자는 예산제약 아래에서 효용을 극대화한다.
아래 계산에서는 두 상품을 모두 구매하는 내부해가 성립한다.
비용 추가 전
지출 한 단위당 한계효용이 같아지는 조건은 다음과 같다.
이를 정리하면,
이다. 따라서 최적 소비량은 다음과 같다.
고급품의 수량 비중은 50%다.
단위당 공통 비용 1을 추가한 뒤
가격은 다음처럼 바뀐다.
예산은 여전히 6이다. 같은 최적화 조건을 적용하면,
이다.
| 구분 | 비용 추가 전 | 비용 추가 후 |
|---|---|---|
| 고급품의 상대가격 | 2배 | 1.5배 |
| 보통품 소비량 | 2 | 1.5 |
| 고급품 소비량 | 2 | 1 |
| 상대소비량 | 1 | 약 0.67 |
| 고급품 수량 비중 | 50% | 40% |
고급품의 상대가격은 낮아졌지만 고급품의 소비 비중도 낮아졌다.
이 소비자의 일반적인 내부해 수요함수는 다음과 같다.
가격이 일정하면 보통품 소비량은 소득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소득 변화는 고급품 소비에 반영된다. 이런 선호에서는 구매력 감소가 고급품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대체효과만 분리하면 어떻게 되는가?
가격 상승 후에도 원래 효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예산을 보충해 보자. 원래 효용은,
이다.
새 가격에서 이 효용을 최소 비용으로 달성하는 소비량은 다음과 같다.
이에 필요한 예산은 약 9.863이다.
| 구분 | 보통품 | 고급품 | 고급품 수량 비중 |
|---|---|---|---|
| 원래 선택 | 2 | 2 | 50% |
| 새 가격에서 원래 효용 보전 | 1.5 | 약 2.288 | 약 60.4% |
| 새 가격에서 실제 예산 적용 | 1.5 | 1 | 40% |
대체효과만 보면 고급품 소비는 늘어난다. 그러나 구매력 감소에 따른 소득효과가 이를 압도한다.
이 반례는 “공통 비용이 붙으면 실제 고급품 소비 비중이 언제나 높아진다”는 무조건적인 해석이 성립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실질 구매력을 보전한 대체효과 자체를 반박하는 것은 아니다.
무료배송은 저가품에 유리할까?
다른 조건이 같고 상품 단위당 공통 배송비가 사라진다면, 저가품은 상대적으로 유리해진다.
앞의 사과 사례에서 배송비를 없애면 보통품 가격은 2만 원에서 1만 원으로 50% 하락한다. 고급품 가격은 3만 원에서 2만 원으로 약 33% 하락한다.
고급품의 상대가격은 1.5배에서 2배로 높아진다. 공통 비용이 저가품에 주었던 상대적 불이익이 사라지는 것이다.
다만 실제 무료배송 정책은 구조에 따라 구분해야 한다.
| 정책 | 예상되는 주요 효과 |
|---|---|
| 상품 단위당 배송비 제거 | 저가품의 상대가격 하락 |
| 주문당 배송비 제거 | 소액·소량 주문의 부담 감소 |
| 일정 금액 이상 무료배송 | 기준 충족을 위한 추가 구매나 상품 변경 유도 |
| 배송비를 상품 가격에 포함 | 최종 가격이 같다면 직접적인 상대가격 변화 없음 |
무료배송은 실질 구매력을 높이기도 한다. 그 소득효과가 고급품 소비를 늘릴 수 있으므로, 저가품 비중 상승이 항상 보장되지는 않는다.
분석할 때는 ‘무료배송’이라는 표현보다 상품별 최종 결제액, 구매 수량, 적용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실제 분석에서 확인할 것
알치안–앨런 정리는 비용의 크기뿐 아니라 비용이 붙는 방식을 보게 만든다. 실제 문제에 적용할 때는 다음을 확인해야 한다.
- 비용이 상품 단위당 동일한 금액으로 붙는가?
- 저가품과 고가품이 소비자에게 충분히 대체 가능한가?
- 비용 증가에 따른 구매력 감소가 품질 선택을 얼마나 바꾸는가?
- 분석 대상이 고급품 판매량인가, 전체 판매 중 고급품 비중인가?
Hummels와 Skiba는 국제무역 자료를 이용해 운송비와 교역 상품 구성의 관계를 분석하고 알치안–앨런 가설을 지지하는 결과를 제시했다. 그러나 개별 시장에 적용할 때는 소득, 선호, 비용 구조를 함께 살펴야 한다.
같은 금액의 비용이 붙으면 고급품의 상대가격이 낮아진다. 실제로 고급품을 더 선택하는지는 그다음에 검증할 문제다.
참고문헌
- Hummels, D., & Skiba, A. (2004). Shipping the Good Apples Out? An Empirical Confirmation of the Alchian–Allen Conjecture.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112(6), 1384–1402.
- Borcherding, T. E., & Silberberg, E. (1978). Shipping the Good Apples Out: The Alchian and Allen Theorem Reconsidered.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86(1), 131–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