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퍼즐
사람의 경제적 결정은 진공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준거점, 목표, 기대, 동료의 성과 같은 ‘비교점(comparison point)‘이 늘 개입한다. 문제는 그 영향의 방향이 일관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노동공급을 보자. 동료가 받는 성과급 단가가 높거나 기대했던 임금이 높으면 사람들은 오히려 덜 일한다. 결정이 비교점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 현상을 대비(contrast) 효과라 부른다. 반면 통상적인 하루 수입이나 기대 수입이 높으면 사람들은 더 일한다. 결정이 비교점을 따라가는 동화(assimilation) 효과다. 임금 단가와 총수입은 대개 같이 움직이는 변수인데, 하나는 노동공급을 줄이고 다른 하나는 늘린다. 언제 어느 쪽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예측하는 규칙은 오랫동안 없었다.
하버드의 토마스 그레버(Thomas Graeber)와 MIT의 벤저민 엔케(Benjamin Enke)는 이 퍼즐에 놀랄 만큼 단순한 답을 내놓는다. 비교점이 결정의 투입에 붙어 있는가, 산출에 붙어 있는가만 보면 된다는 것이다.
투입 비교점과 산출 비교점
이 논문의 분류법은 다음과 같다.
투입 비교점(input comparator) 은 의사결정자가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는 외생 변수에 결부된 비교점이다. 타인의 시간당 임금, 과거의 가격, 직전 면접 후보자의 자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투입 비교점이 높아지면 결정은 감소한다(대비).
산출 비교점(output comparator) 은 의사결정자가 직접 통제하는 결정 그 자체, 혹은 그 결과에 결부된 비교점이다. 통상적인 하루 수입, 타인이 선택한 노동량, 골프의 파(par) 같은 것들이다. 산출 비교점이 높아지면 결정은 증가한다(동화).
메커니즘: 정보로서의 비교
왜 이런 비대칭이 생기는가. 저자들의 출발점은 절대적 평가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시간당 임금이 얼마라는 정보가 주어져도, 그것을 ‘몇 시간 일하는 것이 최적인가’라는 답으로 변환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이때 사람들은 비교점을 그 변환을 돕는 정보로 활용한다.
간단한 모형으로 보면 이렇다. 최적 행동이 (는 투입, 는 투입을 행동으로 변환하는 계수)인데 를 모른다고 하자. 이때 비교 사례 를 관찰하면 라는 신호를 얻는다. 비교 대상의 행동 가 크면 추정된 가 커져 내 행동도 커진다 — 동화다. 반대로 비교 대상의 투입 가 크면 추정된 는 작아져 내 행동은 줄어든다 — 대비다.
직관적으로 말하면, 산출 비교점은 결정의 ‘대략적 규모’를 알려 주고, 투입 비교점은 ‘어느 방향으로 조정해야 하는지’를 알려 준다. 친구가 하루 20만 원을 번다면 나도 그 정도 규모를 목표로 삼게 되지만, 친구의 시급이 나보다 높다는 사실은 같은 수입을 위해 내가 더 오래 일할 필요는 없다는 신호가 아니라, 내 시간당 조건이 상대적으로 나쁘니 노동을 줄이는 쪽으로 조정하라는 신호가 된다.
잡설
저자들은 논문에서 실험적인 근거를 다양하게 제시한다. 이건 생략하도록 하자. 어차피 연구를 자세하게 소개할 의도는 없으니까.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비교의 대상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에 따라서 반응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Keep up with Jones”, 즉 동료압은 여전히 작동중이다. 단위 보수(투입 비교점)가 동일하다면(혹은 그렇게 알고 있다면), 저 놈이 저 만큼한다면 나도 그만큼은 해야겠지, 라는 심리가 작동한다. 만일 일하는 양 혹은 총수입(산출 비교점)이 동일하다면(혹은 그렇게 믿고 있다면), 이번에는 상대의 보수를 받아들여 그에 맞춘다. 두번째 것이 조금 미묘한데 아마 이렇게 작동하지 않을까 싶다.
아마도 나와 저 녀석의 능력(노동강도)는 비슷할 거야.
근데 저 녀석이 저 일에 시간당 1만원을 받는다고?
지금 내가 받는 돈은 5천원이니까...
절반만 일을 해도 되겠구만!
동료압은 앞서와 동일하게 나의 투입을 통해서 조율된다. 둘 다 비교점으로 제시되지 않는다면 비교점이 투입인지 산출인지에 따라서 경제 주체의 산출이 조율되는 것이 흥미로운 사례라고 할 것이다.
출처: Thomas Graeber & Benjamin Enke, “Comparisons,” NBER Working Paper No. 35694 (2026). 원문 LINK(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