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란 무엇일까? 시장은 가격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제도’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가격이란 무엇일까? 경제학을 배운 사람들이라면 이 대목에서 수요, 공급 등등이 떠오를 것이다.
이 글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제학자 혹은 시장을 관찰하는 사람들은 가격은 정보 전달의 기제라고 설명한다. 이른바 효율적 시장 가설은 그 기능을 극한으로 상상한 수렴상이다. 하지만 경제학은 간혹 가격이 정보의 대체재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오렌지 가격이 왜 올랐는지 아무도 알 필요가 없다. 오렌지 가격이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사람들에게 오렌지 구매를 줄이라는 신호를 보낸다”는 식이다.
어떻게 가격이 존재하는 모든 정보를 반영하는 동시에 자신이 반영하는 정보의 대체재가 될까?
글의 저자는 비밀번호를 암호화한 해시값으로 가격을 상상해보자고 제안한다. 해시값은 비밀번호와 동일하지는 않다. 하지만 해시값은 비밀번호라는 정보를 담고 있다. 그런데 해시값을 안다고 해서 비밀번호를 바로 알 수는 없다. 해시값에서 정확하게 비밀번호를 복원해내기 위해서는 막대한 ‘운’이 필요하다. 이제 인용이다.
시장도 이와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시장에는 각기 고유한 지식, 선호, 제약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 새로운 정보가 드러나면, 이 정보는 해당 인물들의 지식, 선호, 제약과 결합되어 행동의 변화를 일으킨다. 이러한 행동 변화는 시장 상호작용을 통해 나타난다. 그에 따른 가격 변동은 이러한 행위자들의 특정한 지식, 선호, 제약 및 정보를 반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가격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는 그 가격으로부터 특정한 지식, 선호, 제약 및 정보를 복원해낼 수 없다. 그러나 가격의 변화는 가격 조정을 유발한 새로운 정보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조차 메시지를 전달하며, 이들이 자신의 행동을 조정하게 함으로써 시장 내 재화가 가장 가치 있는 용도에 배분되도록 한다.
경제학자가 가격이 정보를 반영한다고 말할 때, 이는 가격이 왜 그러한지 또는 가격이 왜 변했는지 결정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복원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비록 때로는 가능할지라도 말이다!). 그 의미는 이미 널리 알려진 정보에 반응하여 가격이 변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장은 정보가 가격 변동으로 전환되는 곳이며, 이러한 가격 변동은 자원이 가장 가치 있게 평가되는 곳으로 이동하도록 유인 구조를 전달한다. 가격 변동을 유발한 정보를 얻기 위해 그 변화를 항상 역설계할 수 있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구매자와 판매자의 행동을 조정해 나간다는 바로 그 사실이 시장을 매우 놀랍고 연구할 가치가 있는 대상으로 만든다.
해시 함수로의 비유가 멈추는 지점이 있다. 해시함수는 그 해시를 산출해 낸 유일한 투입이 함수에 의해 보장된다. 하지만 시장 가격은 어떨까? 위 문장에 중간에 뭔가 생략된 부분이 존재한다. 가격의 변화가 어디에서 초래되었는지를 정확하게 복원하는 것이 어렵지만 그 정보는 담겨 있을 수 밖에 없다.
오렌지를 예로 들어보자. 산지에 냉해가 발생해 수확량이 줄었다고 하자.
냉해 → 공급 감소 → 가격 상승 → 소비자들이 구매를 줄이거나 다른 과일로 대체
소비자는 어느 지역에 얼마나 심한 냉해가 있었는지 몰라도 된다. 가격이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선택을 조정한다. 생산자에게는 공급을 늘릴 유인이 발생한다. 서로 모든 자세한 사정을 공유하지 않아도 가격을 통해 행동이 연결된다.
| 표현 | 의미 |
|---|---|
| 가격이 정보를 반영한다 | 사람들이 가진 정보가 거래 행동을 바꾸고, 그 결과 가격이 달라진다. |
| 가격이 정보를 대신한다 | 다른 사람들은 그 정보를 직접 알아내지 않아도, 가격을 보고 행동을 조정할 수 있다. |
하지만 가격을 거꾸로 읽어 원인을 정확히 알아낼 수는 없다. 오렌지가 비싸진 이유는 냉해일 수도, 운송비 상승일 수도, 수요 증가일 수도 있다. 가격은 여러 사정이 합쳐진 결과이므로, 숫자 하나가 전체 설명을 대체하지는 않는다.
해시값과의 유사성이 여기에 있다. 해시값은 비밀번호로부터 만들어지며 인증에 쓰이지만, 그 값을 보고 원래 비밀번호를 바로 알아낼 수는 없다. 가격 역시 배후 정보를 전부 드러내지 않지만, 이는 행동을 조율하는데 유용한 기준을 제공한다.
이렇게 풀어보자. 공개된 호재가 이미 거래에 반영됐다면 그 뉴스를 내가 이제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이 정보는 이미 가격에 전부 반영되었다. 현재 주가 및 그 변동을 보면 이를 추동한 기업안팎의 모든 사정을 파악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그런데 이 사정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