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정치)에서 경제학자의 역할
래리 서머스의 ECONOFACT 대담 중에서 경제학자의 현실 (정치)에서의 역할 혹은 임무에 관해 좋은 대목이 있어서 그대로 옮겨 본다.
명확하게 제시된 단단한 분석은 시간이 지날수록 중요해집니다. 제가 들어 본 것 중에서 실제의 영향력에 관한 그리고 경제학자가 사고하는 방법과 과정에 관한 가장 정교한 논의는 오래 전 밀턴 프리드먼의 사례입니다. 밀턴 프리드먼의 정책적 견해를 믿든 믿지 않든 그 분석은 신뢰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이 진행될 때 중요한 것은 그의 정치력과 개성이었습니다. 관련된 사람들에게 건넨 그의 경제학적인 조언이 어느 정도 도움은 되었겠지만, 문제의 본질은 아니었지요.
하지만 경제학 연구자의 역할은 여전히 잘 다듬어진 아이디어의 목록이 그곳에 존재하도록 애쓰는 것에 있습니다. 그래야 정치적 기회가 열렸을 때 이 아이디어를 펼쳐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리드먼 자신은 당시만해도 엉터리 아이디어로 여겨지던 모병제의 편에 섰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베트남 전쟁은 이 문제를 둘러싼 모든 판도를 바꾸어 놓았고, 이후 세심하게 준비된 모병제 관한 일련의 제안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통화주의는 일종의 외로운 십자군 전쟁이었습니다. 1970 년대에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상승하고 당시 경제학의 정설이 통하지 않자, 비록 프리드만 자신조차 많은 세부 사항을 믿지는 않았겠지만, 통화주의는 폴 볼커가 인플레이션에 저항하는 데 필요한 조처를 취할 수 있는 사고의 틀을 제공했습니다.
단순히 직접 통제(command-control) 기반의 규제에 의존하는 대신 오염에 대해서 비용을 부과하자는 경제학자의 아이디어는, 여러분이나 제가 원하는 만큼 많이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세계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탄소 가격 설정은 기후 변화 정책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과학적 진보를 촉진하기 위한 보상과 조달에 대한 아이디어는 “오퍼레이션 워프 스피드”와 상당한 관련이 있고, 코로나 기간 동안 지구적으로 큰 이익을 가져온 미국이 잘한 일의 하나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봅니다. 정부와 일하는 경제학자들은 당면 현안과 진행 중인 법안 그리고 규제의 평가 및 설계에 초점을 맞춰 일해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와 일하지 않는 경제학자들은 문제를 드러내고 그 원인을 이해하며 이 문제들을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모델 및 해결책을 고민하는 데 애쓰면서, 정치적인 기회가 열리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제가 워싱턴에서 일할 때 꽤 분명하게 알게 된 점이 있습니다.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경우가 불가피한 무엇으로 바뀌는 순간은 실제로 올 수 있고 꽤 극적으로 그렇게 된다는 것이지요. 물론 이 순간이 언제 올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