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해나 판, “블랙 미러”?
나는 이렇게 느꼈다. 후반부 소설이 더 그렇게 느껴지더라. 어제, 오늘, 내일의 구성이다.
어제
- 이 섹션은 주로 친일과 관련된 내용이다.
- 개인적으로 책에서 제일 재미 없다고 느낀 부분이다.
- 타이틀로 삼은 “인비인”이 제일 나았다.
오늘
- 이 섹션에서 걸작을 만났다.
윤회 (당한) 자들이 이 소설집의 최고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윤회 (당한) 자들
- 영상물로 만들어도 좋겠다. 영상물을 염두하고 쓴 것이 아닐까?
- 흔한 주제같지만 그 익숙한 것에서 기발함을 추구하는 것이 제일 어렵다. 그래서 정석이고 정도다.
- 누군가 다른 목적을 숨기고 어떤 일을 행한다고 하자. 그는 일관되게 목적으로만 향할 수 있을까? 목적을 이루는지 아닌지와는 별도로 그 행함이 주체에게도 거꾸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임계점을 넘어선 순간 행위가 그를 바꿔놓을 수도 있다. “토탈 리콜”의 현자 Kuato의 명언을 보고 가자.
You are what you do.
A man is defined by his actions,
not his memory.

- 미스터리에 호러가 슬쩍 걸쳐 있어서 긴장감이 적당하다. 역시 성해나 작가.
- “패왕별희”의 모티브를 끌어온 점도 매력적이다.
- 소속을 만들어야 하는 숙명을 내장한 사피엔스를 그린 인용 ;

내일
- SF적 상상력의 단편들이다. 가장 “블랙미러” 다운 섹션이다.
-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우정’을 감칠 맛있게 다룬 “아미고”도 좋았지만 역시 호러 장르의 “고蠱”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 제목 蠱 벌레를 뜻하는 충 자와 그릇 명 자가 위 아래로 붙어 있다. 말 그대로 벌레를 모아둔 그 무엇이다. 이토록 아시아적, 미신적 착상에서 인공지능, 안드로이드 그리고 자본주의가 서로 뒤엉켜 맞붙는 내러티브가 창발한다. 이런 기발함에 가능하다니 말이다.
- 이러한 상상이 가능해진 현재의 세계가 (또다른)“고”일지도 모르겠다. 근사한 메타 서사가 되기도 한다.
- 읽는 내내 계속 머리 속을 맴돈 모티브는 주인-노예의 변증법이다. 내가 헤겔을 제대로 이해했을리는 없겠지만, AI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는 결국 그 변증법의 굴레를 헛되이 돌고 있는 것이 아닐까?